오는 겨울

2019년 11월 7일 목 오전 2:00



오늘 저녁을 보았니. 공간은 뚝뚝 각이 진 얼음처럼 차가워. 하지만 해는 유독 느리게 세상에 스며. 남겨진 볕의 티끌이 정처 없이 흘러가 닿는 곳마다 반짝이며 녹아. 상가의 지붕, 일방통행 골목길, 바닥에 쓸리는 은행잎, 공원에 매어 논 자전거, 그리고 사람, 마음들…. 심장은 점점 무르녹아. 금방 떨어질 감 같아. 넌 들었니. 새 계절이 목화 뒤에서 헛기침해 와. 난 다음을 맞이하러 가야 해. 그런데 말야. 만일 오늘의 계절이 썩 그리워지면 어쩔까. 그리움이 사그라들쯤 긴 겨울잠 같은 자장가에 삶의 증애를 떠올리면, 내 언어는 모두 어디로 가 잠들까.